'30년 친구' 살리려 구명복 벗어주고… 그는 파도에 휩쓸려갔다

 

입력 : 2018.04.09 03:00

실종 낚시꾼, 결국 숨진채 발견
 

간척지 호수에서 낚시하던 30대 낚시꾼이 보트가 침몰할 위험에 처하자 친구에게 자신의 구명조끼를 벗어주고 맨몸으로 헤엄쳐 나오다 숨졌다. 친구는 구명조끼를 붙잡고 육지로 나와 목숨을 건졌다.

사고가 난 것은 지난 6일 오후 3시쯤. 서울에 사는 김모(39)씨와 친구 위모(38)씨는 이날 오전 전남 고흥군 포두면 해창만 간척지 호수의 대여점에서 보트를 빌렸다. 오후 12시 30분쯤 둘은 뭍에서 1㎞쯤 떨어진 곳으로 낚시를 나섰다. 하지만 오후 2시쯤 날씨가 나빠졌다. 배를 돌리려 했으나 돌풍이 길을 막았다. 거센 파도가 일면서 알루미늄 재질 보트로 물이 차 들어오기 시작했다.
 

보트가 침몰될 듯하자 김씨는 위씨에게 물로 뛰어들라고 했다. 김씨는 김씨 소유의 구명조끼를, 위씨는 대여점에서 빌린 것을 갖고 있었다. 먼저 물에 뛰어든 위씨가 조끼를 팽창시키려 줄을 당겼으나 반응이 없었다. 위씨가 허우적거리자 배에 있던 김씨는 "이걸 붙잡고 헤엄치라"며 자신의 조끼를 부풀려 위씨에게 던졌다. 해군에서 복무한 김씨는 "나는 수영하면 된다"고 소리치며 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거센 파도가 두 사람을 덮쳤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흩어진 둘의 운명은 삶과 죽음으로 갈렸다.

위씨는 김씨의 조끼를 붙잡고 바람에 밀려 육지에 다다랐다. 김씨는 실종 하루가 지난 7일 오전 11시 39분 사고 지점에서 50m 떨어진 물속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와 위씨는 초·중·고교 친구로 10년째 낚 시를 함께해 오던 사이였다. 위씨는 "나를 살리고 친구가 떠났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경찰은 "배는 내수면 어업에 통상 사용되는 보트로 안전 기준이 따로 없으며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압수한 조끼는 불량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허가 없이 보트 대여점을 운영한 혐의로 사고 보트 대여점 업주를 입건해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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